뇌전증 간질 차이 : 병명은 달라졌고,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간질’이라는 단어는 많은 분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병명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뇌전증(腦電症, epilepsy)’이라는 명칭이 더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간질이 뇌전증의 다른 말 아닌가요?”라고 질문하시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명칭 변화 그 이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간질’과 ‘뇌전증’의 의미 차이, 역사적 맥락, 의학적 정의, 그리고 사회적 인식 변화까지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용어부터 분명히 정리합니다

간질이란?

‘간질’은 오랜 기간 사용돼온 전통적 병명으로, 반복적인 발작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뇌의 전기적 이상으로 인해 발작이 반복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흔히 경련이나 의식 소실을 동반하는 증상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용어가 점차 부정적이고 낙인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입니다. 오래된 문헌이나 드라마 등에서 ‘간질 발작’이 비정상적 행동처럼 묘사되면서, 사회적 차별과 오해를 불러온 용어가 되었습니다.

 

뇌전증이란?

‘뇌전증’은 영어로 **Epilepsy(에필렙시)**의 공식 한글 표기이며, 현재 의학계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병명입니다.
‘뇌’(腦)에서 ‘전기적 이상’(電)이 발생해 생기는 질환이라는 뜻으로, 병의 원인과 상태를 더 과학적이고 중립적으로 표현한 용어입니다.

대한간질학회는 2010년부터 ‘간질’이라는 용어 대신 ‘뇌전증’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과 병원, 의학 교과서도 모두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간단 요약 비교표

 

항목  간질  뇌전증
명칭 성격 전통적, 비공식 명칭 공식 의학 명칭
영어 대응어 Epilepsy Epilepsy
사용 배경 일상 언어, 구어적 표현 의료기관, 공문서, 공식 문헌 사용
사회적 이미지 낙인, 차별적 요소 포함 중립적, 병태생리학적 용어
학회·기관 용어 사용 중지 (대한간질학회 기준) 권장 용어
의미상 차이 뇌전증과 동일한 질환을 지칭하나, 의미는 축소적 뇌전증 전체 질환군을 포괄적으로 지칭
 

왜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바뀌었을까요?

1. 낙인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간질’이라는 단어는 과거에 미신, 귀신 들림, 정신병 등 잘못된 인식과 연관돼 사용됐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이 사회적 낙인에 시달리고, 직장, 학교, 결혼 등에서 차별받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그래서 의학계는 이 단어를 공식적으로 퇴출하고자 했고, ‘뇌전증’이라는 정확하고 과학적인 명칭을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2. 국제 표준화에 따른 변화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뇌전증협회(ILAE) 등도 epilepsy를 모든 공식 문서에서 사용하며, 이에 대응하는 명칭이 ‘뇌전증’입니다. 국내도 이 흐름에 맞춰 용어를 표준화한 것입니다.

3. 질환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간질’은 마치 격렬한 경련성 발작만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뇌전증은 의식 소실, 시선 고정, 입맛 다시기, 단순한 멍함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즉, 간질이라는 표현은 뇌전증의 증상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뇌전증은 어떤 질환인가요?

정의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흥분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반복적 발작이 발생하며, 그 발작은 갑작스럽고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주요 특징

  • 발작이 두 번 이상 반복될 경우 뇌전증으로 진단
  • 원인은 다양함: 유전적, 외상성, 뇌손상 후유증 등
  • 발작은 경련형, 무반응형, 감각 이상형 등 다양
  • 약물치료, 수술, 뇌자극 등 다양한 치료법 존재

주요 발작 유형

  • 전신 발작: 전신 경련, 의식 소실
  • 부분 발작: 특정 부위 근육 떨림, 이상행동
  • 소발작: 잠깐 멍한 상태, 인지장애처럼 보일 수 있음
 

뇌전증과 간질은 증상도 다를까요?

실제로 의학적으로는 두 용어가 같은 질환을 지칭합니다. 차이는 표현 방식과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에 있습니다.
증상, 치료법, 경과 모두 동일합니다. 단, 간질이라는 말은 너무 오랫동안 사용돼 왔기 때문에 아직도 일반인 사이에서는 자주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어떤 용어를 써야 할까요?

환자 본인과 가족, 보호자, 의료진 모두가 ‘뇌전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뇌전증은 질병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도 ‘간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행정처리상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 대한뇌전증학회는 매년 3월 ‘뇌전증 인식 주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세계뇌전증의 날(Purple Day)을 통해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정부도 ‘장애인복지법’, ‘건강보험법’ 등에서 ‘간질’을 ‘뇌전증’으로 개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론

‘간질’과 ‘뇌전증’은 실제로 동일한 질환을 가리키지만,

  • ‘간질’은 구시대적, 오해와 낙인을 동반한 표현이며
  • ‘뇌전증’은 공식적이고 중립적인 의학용어입니다.

의학적 정확성, 사회적 배려, 환자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뇌전증’이라는 표현을 정착시켜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인식 하나가 누군가에겐 존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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